[기고] 서구 명칭 변경, 품격 있는 도시 만드는 첫걸음

 

2025.03.27 [인천일보] 인천 서구청장 강범석

 

2026년 7월 예정된 인천시 행정체제 개편에 따라, 서구는 검단 지역이 분리되어 새로운 구로 출범할 예정이다. 이에 서구는 현재 새로운 구 명칭을 찾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며, 그 과정에서 연일 새로운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최근 구는 '경명, 서곶, 서해, 청라' 4개의 명칭을 후보안으로 제시하고 주민 선호도 조사를 했다. 지난 12일 발표 결과에 따르면, '청라'가 36.3%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고, 이어 '서해'(35.2%), '서곶'(21.6%), '경명'(7%)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청라구'를 반대하는 청라 시민단체의 입장과는 달리, 청라동 주민은 '청라' 선호가 56.1%로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반면 연희동, 가좌동 등 원도심 지역에서는 '청라' 선호도가 낮고 '서해' 지지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는 여론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커뮤니티 자체 온라인 투표 결과와 상반된 점, 표본 수 2000명이 너무 적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학적으로는 이런 주장은 타당성이 부족하다. 가장 이상적인 여론조사는 모집단에서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주사위를 던질 때 각 숫자가 나올 확률이 같은 것처럼, 아무런 편향 없이 표본을 선정해야만 그 결과에 신뢰를 둘 수 있다. 반면 '1부터 6까지 중 하나의 숫자를 직접 고르라'는 식의 조사는 문화적 편견이나 개인적 선호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방향으로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번 조사는 전문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서구 전체 만 18세 이상 주민 33만여 명을 대상으로 성별, 나이, 행정동별 인구 비율에 따라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했다. 이 설계 방식은 온라인 커뮤니티 투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객관적이다. 또한 표본 수 2000명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통계적으로는 근거가 없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고시에 따르면 자치구 단위 조사의 최소 표본은 500명이며, 대통령 선거와 같은 전국단위 조사도 보통 1000~3000명 규모이다. 이번 조사의 표본 수 2000명은 ±2.19%포인트(95% 신뢰수준)로, 일반적인 ±3%포인트보다 더 정밀하게 설계된 수치다. 이러한 과학적 합리성을 무시한 채, 표본 규모만으로 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통계학 전통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말 진행된 명칭 공모에서는 총 6327명이 참여해 '정서진구'가 가장 많이 접수되었지만, 최종 후보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공모 결과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주장하지만, 명칭변경 추진위원회는 역사성, 지역성, 고유성, 정체성 기준에 따라 공모 결과를 자세히 검토했다. 특히 '정서진'은 실제 지리상으로는 분구 이후 검단 지역(오류동 1539-6)에 포함된다. 현재 서구에 있는 정서진 표지석과 전망대는 관광지 개발을 목적으로 조성된 시설일 뿐이다. 행정적으로 검단에 속하는 지명을 분구 후 서구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혼란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여론조사와 공모는 다수결로 결정하기 위한 투표가 아니다. 주민의 다양한 의견과 지역 정체성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를 두고 마치 되돌릴 수 없는 결정처럼 받아들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외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제 남은 절차는 '청라'와 '서해' 가운데 주민 의견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최종 선정 방식을 결정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며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행정체제 개편이 분열이 아닌 화합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